통화 가치 하락이란?

통화 가치 하락(디베이스먼트)이란 화폐를 발행하는 주체 때문에 화폐의 가치가 서서히 떨어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과거에는 동전 하나에 들어가는 귀금속을 줄이는 것이었고, 오늘날에는 경제 성장보다 빠르게 돈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어느 쪽이든 결과는 같습니다. 가진 돈 한 단위로 살 수 있는 것이 전보다 조금씩 줄어듭니다.

아주 오래된 수법

교과서적인 예는 로마의 데나리우스 은화입니다. 아우구스투스 시대에는 거의 순은이었습니다. 이후 2세기 반 동안 돈이 궁한 황제들이 군대 급료와 빚을 갚으려고 은 함량을 슬그머니 줄였고, 서기 270년대에 이르자 이 동전은 얇게 은을 입힌 청동에 불과했습니다. 물가는 오르고 신뢰는 무너졌으며, 사람들은 예전의 질 좋은 동전을 쌓아두었습니다. 이 패턴은 동전 테두리를 깎아낸 중세 왕들을 거쳐, 이후 지폐를 찍어낸 정부들까지 끊임없이 되풀이되어 왔습니다.

오늘날 달러의 가치는 어떻게 떨어지나

현대의 돈은 금속으로 만들어지지 않으니, 가치 하락은 공급량을 통해 일어납니다. 미국이 달러의 금 태환을 중단한 1971년 이후, 달러 발행량에는 명확한 상한이 없습니다. 중앙은행은 경기 침체에 대응하고 정부 재정을 뒷받침하기 위해 통화 공급을 늘리고, 그 속도가 실물 경제보다 빠르면 1달러로 살 수 있는 것이 줄어듭니다. 소비자물가로 따지면, 오늘날 1달러의 구매력은 연방준비제도(Fed)가 설립된 1913년의 약 3센트 수준입니다.

그 영향은 워낙 서서히 나타나서 당연하게 느껴집니다. 매년 몇 퍼센트씩, 복리로 쌓입니다. 위기 때는 속도가 빨라집니다. 미국의 M2 통화량은 2020년 초부터 2022년 초까지 약 40% 늘었고, 뒤이은 인플레이션은 40년 만에 최고 수준이었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이 해결책이 아닌 이유

USDT나 USDC 같은 스테이블코인은 달러에 페그되어 있어서, 달러의 가치 하락을 1:1로 그대로 물려받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을 보유하면 크립토의 변동성으로부터는 보호받지만, 달러의 가치 하락까지 막아주지는 못합니다. 게다가 공급량도 설계상 탄력적이라, 수요가 늘 때마다 발행사가 새 토큰을 발행합니다. ‘스테이블’한 토큰의 안정성은 딱 그 토큰이 본뜬 화폐만큼입니다.

언스테이블코인의 해답

언스테이블코인은 정반대 입장을 취합니다. 달러를 복제하는 대신 페그 자체를 거부하고, 대개 고정되거나 줄어드는 공급량을 채택합니다 — 어떤 발행사도 더 찍어낼 수 없습니다. 가격은 변동성이 크고, 그걸 숨기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누구도 홀더의 몫을 몰래 희석할 수는 없습니다. 최초의 언스테이블코인인 TurboUSD(₸USD)는 바로 통화 가치 하락에 맞서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공급량은 1,000억 개로 상한이 정해져 있고, 소각을 통해 줄어들기만 합니다.

그렇다고 언스테이블코인이 안전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전혀 다른 이유로 가치의 대부분 또는 전부를 잃을 수 있는 투기적 자산입니다. 하지만 언스테이블코인이 던지는 질문은 진지합니다. 돈은 한도 없이 찍어낼 수 있는 것이어야 할까요, 아니면 누구나 온체인에서 공급량을 검증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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